먼저 간단 제 소개를 드리자면

서울에서 직장 다니다 더 늦기 전에 인생 제 2막을 준비하고 싶어 싱가폴 요리학교 중 하나인 샤텍에 입학한 42세 남학생입니다.

영어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싱가폴로 유학할 나라를 먼저 정하고 학교에 대한 정보를 처음 알아본 게 이 사이트에서죠. 그런데 사이트에서 정보를 충분히 접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2월에 입학해 현재 2학기 째를 맞고 있는 유학생으로서 싱가폴을 대표하는 두 학교인 샤텍과 엣선라이스를 비교하는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샤텍은 이미 충분히 겪었음으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요 엣선라이스는 마침 며칠 전에 합동 특강 때문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샤텍의 강사들과 학생들로부터 들은 것을 종합해 비교하겠습니다.

먼저 샤텍의 장점을 말씀드리자면

첫번째로 저렴한 학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수강하는 요리학과 디플로마 과정(1년 반)의 경우 1만3000달러(싱가폴 달러)가 조금 넘는 학비인데요, 1달러당 900원으로 환산하면 약 1200만원 정도입니다. 1년 반 중 6개월은 호텔에서 한달에 600에서 800달러를 받으며 실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굉장히 싼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1주일에 4시간씩 세 번의 실습이 있고 각각의 실습 때 2-3가지의 음식을 만든다고 보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1년 동안의 재료비만 거의 1000만원 정도가 되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거저 배우는 셈입니다. 

반면 엣선라이스는 커리큘럼은 비슷한데 딱 샤텍의 두 배 정도의 학비입니다. 

두번째로 학생 1인당 교수진의 수가 많다는 것과 충분한 교육시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샤텍은 조리학과 디플로마 과정의 경우 한 클래스 당 13-15명 정도의 학생이 있고, 각각 영어로는 멘토라고 부르는 담임 교사(담임 셰프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리학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습실은 모두 3개가 있고 각각의 실습실에는 18개의 개인 스토브가 있기 때문에 항상 실습 때는 한 사람 씩 스토브를 차지해도 여분의 스토브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반면 엣선라이스는 어떠냐, 강사진이 조리학과의 경우 4명이라고 들었습니다. 30-40명을 한 명이 가르친다는 겁니다. 스토브도 모자라서, 3-5명의 학생이 한개의 스토브를 나눠 쓴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실습이 될 리 없습니다. 

세번째로는 이론에 대한 교육이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이건 반대로 단점도 될 수 있겠지만, 실습은 인턴십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론에 대한 충분한 교육은 오히려 장점으로 보입니다. 이론과목으로는 주방매니지먼트, 주방구성, 식재료에 대한 기초 지식, 위생, 주방 안전, 식재료와 영양에 대한 기초 이론, 서양 요리의 기초,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벌써 접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이론과 실습을 합쳐 총 30시간 정도 배우는 데 실습과 이론의 비율이 5대 5 정도입니다. 

반면 엣선라이스는 매일 실습 시간이 있는데 반해 이론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네번째로 인턴십 때 선택할 수 있는 호텔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이건 샤텍이란 학교가 바로 싱가폴의 호텔 연합회에서 1984년에 인력 공급을 위해 설립한 교육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연합회에서 속한 회원 호텔(싱가폴의 대부분의 호텔)이 인턴십의 대상이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호텔이 대략 30개가 넘습니다. 이 중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선택해 면접을 보고 어디서 인턴십을 할 지가 결정되는 데 대부분은 1지망 내지 2지망의 호텔로 배정받습니다. 

반면 엣선라이스는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곳이 10곳 안팎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자, 이제 엣선라이스의 장점을 알아볼까요. 

가장 큰 장점은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의 퀄리티가 높다는 겁니다. 

샤텍의 경우 공립 직업훈련소의 개념이 강하고 지원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우리로 치면 실업계 중학교를 마친 학생들부터 대학 가기를 포기한 싱가폴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연령대도 16세부터 20세로 굉장히 어린 애들이 많습니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얼마나 철이 없겠습니까. 수업시간에 장난치고, 교육에 별로 진지한 애들이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휘파람을 불고, 잡담을 하고, 음악을 듣는 등 정말 한심한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진지하게 집중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반면 엣선라이스는 비싼 만큼 좀 더 진지한 학생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유학생 비중도 샤텍보다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속한 샤텍 조리학과 클래스의 경우 총 13명인데 이중 외국인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학생, 그리고 저까지 딱 3명 뿐입니다. 

샤텍은 학생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강사진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상당히 강압적입니다. 마치 군대를 다시 온 것 같은 엄격함이 있습니다.

반면 엣선라이스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둘째는 시설이 고급스럽다는 겁니다. 엣선라이스는 개교한지 올해로 13년 째인데 2011년에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새로 입주해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주방도구, 기구들이 좋습니다. 물론 개인 스토브가 제한된 것은 커다란 한계이긴 합니다.

반면 샤텍은 개교한지 30년이나 된만큼 모든 것이 낡고 허름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저라면 엣선라이스의 장점, 샤텍의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샤텍을 선택하겠습니다. 어차피 1년 정도의 짧은 시간인데 굳이 두 배의 학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엣선라이스를 다닐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30대 초반 정도에 요리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면, 저는 싱가폴의 첫 교육을 시작하기에 굉장히 좋다고 봅니다. 이후 요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리스트를 휩쓸고 있는 스페인의 분자요리(아방가르드 퀴진)를 배우면 장차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 계획인 분에겐 큰 차별화의 무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구글에서 바스크 쿨리너리 센터(Basque Culinary center)를 검색해 웹사이틀 방문하시면 첨단 요리 교육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사업이나 일의 영역이 방대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은 어떤 다른 직업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예술적인 감각이 있고, 대학 교육과 직장 경력이 있는 분에게 푸드 업계는 이제 막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한 블루 오션입니다. 제 2의 인생으로 강추합니다.